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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 (사대 88)
스와재 북클럽
2025년 3월

[Small Things Like These]
by Claire Keegan

같은 작가의 Foster 에 이어서 Small Things Like These를 읽었습니다. 이 책 역시 짧지만 내용과 표현이 굵직하면서도 섬세해서 책장이 쉽게 넘어가지는 않습니다. 글 호흡을 제대로 느끼며 읽어야 하는 책입니다. 읽다가 다시 앞으로 돌아가 다시 읽고 그러기를 반복했습니다. 이 작가의 문체가 정말 마음에 듭니다. 술렁술렁 넘어가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단어 하나하나 심사숙고해서 쓴 느낌입니다. 컴퓨터 자판으로 다다다닥 쓴 글이 아니라, 원고지에 또박또박 연필로 쓰다가 지우며 고민 끝에 쓴 글입니다. 제 느낌이지만, 정말 그랬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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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Bill Furlong은 40세의 석탄 목재상입니다. 아일린이라는 아내와 다섯 딸의 아빠, 진중하고 성실하며 가족에게 충실한 좋은 가장입니다 형편이 여유롭지는 않지만, 딸에게 좋은 교육의 기회를 주고자 최선을 노력을 다하며, 딸들이 바르게 잘 자라는 것에 대해 아내와 함께 흐뭇하게 서로 감사하며 지내는 장면이 아름답습니다.
이 사람의 과거가 평탄했던 것은 아닙니다. 어머니가 15살때 임신을 했고, 이 사람이 13살때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끝내 자신의 생부가 누구인지는 알지 못하고 평생 살게 되었어요. 어머니는 Mrs. Wilson 집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사람이었는데 아이를 임신하고 난 뒤에도 출산과 육아를 함께 돌봐주는 참 좋은 분을 만나 다행이죠. Furlong은 이 두 여인으로부터 사랑을 받으며 잘 자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받은 사랑으로 지금 이렇게 좋은 가장이 될 수 있었을 겁니다.
Some nights, Furlong lay there with Eileen, going over small things like these.
하루를 마감하면서 부부가 누워 두런두런 이런 저런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다 서서히 잠이 드는 모습이 참 좋습니다. 부부란.. 아마도 이런 사이일 겁니다.
It would be the easiest thing in the world to lose everything
하루아침에 다 잃는 것이 어렵지 않은 이 평탄치 않은 세상에서 살살 조심조심 묵묵히 살아가는 그입니다. 그러던 그에게 큰 일이 일어납니다.
어느날 그는 석탄과 목재를 배달하러 Good Shepherd에 갔다가 형편없는 몰골로, 그 추운 겨울에 맨발로 노동을 하는 어린 여자아이들을 보게 됩니다. 그중 한 아이가 와서 자신을 내보내달라고 부탁을 하는 일을 겪습니다. 집에와서 아일린에게 그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심란하다고 하자, 그녀는 일단은 내 자식 일이 아니니 더 신경쓰지 말라고 말합니다. 살다보면, 모른 체 하고 넘어가는 것도 필요하다고 충고합니다. Furlong은 자신과 어머니를 거둬준 미세스 윌슨 같은 사람도 있지 않았냐고 말하자, 아내는 이렇게 응수합니다. "그거야, 그 큰 집에서 연금과 농장 물려받고 자기 위래 일하는 사람 두고 편히 사는 사람이었잖아. 그 사람이 무슨 고민이 있었겠어. 그러니 좋은 일을 할 수 있었지."
크리스마스가 코앞으로 다가온 어느 아침 일찍, 일을 나갔다가 수녀원 석탄 창고에서 엉망이 된 몰골로 바들바들 떨고 있는 여자아이를 발견하게 됩니다. 적어도 하룻밤 이상 이 곳에서 갇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이 아이, “내 애기 어디있어요?”라고 묻는 이 아이. 그리고 등장한 수녀, 수녀원장. 그들은 마치 이 아이가 술레잡기 놀이를 하다가 길을 잃은 양, 아니 아예 정신적으로 미숙한 아이인 것처럼 얼버무리며 아이를 씻겨 먹을 것을 주는데, 보아하니 그것이 영 억지로 연출되는 장면인 듯합니다. 아이의 얼굴이 여전히 밝지 않고 겁에 질려 있어요. 수녀원장은 난데없이 당신 딸이 다섯이라는데 둘은 우리 학교 다니고 둘은 여기서 음악수업을 받는다는 말을 합니다. 그러면서 딸만 있으니 안됐다고 말하죠. 그게 뭐가문제라는 거죠? 내 어머니도 여자였고 당신도 여자였고.. 살짝 긴장이 조성되는 이 곳의 분위기가 그대로 전해집니다. 크리스마스라며 일종의 금일봉 봉투를 건네는 수녀에게 봉투를 받아들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새 옷을 갈아입고 가족들과 함께 성탄미사를 간 그는, 괴롭습니다. 그 아이에게 아기에 대해 묻지도 않았고 그 아이가 자기 눈 앞에서 그렇게 있게 두었다는 것이 힘듭니다. 꽉 끼는 가디건을 입은 그 아이 젖가슴에서 모유가 흘러나오는 것을 보고서도 그 아이를 그냥 거기에 두고 나온 자신의 ‘위선’이 괴롭습니다.
그날 수녀원에서 살짝 부딪혔던 일이 동네에 소문이 다 났나봅니다. 까페여주인은 그에게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조심하라고, 교회가 이 마을 모든 것을 주관하고 있고 게다가 당신 딸들이 성당 부설 학교에 다니고 있으니, 그들에게 절대 미운털 박히는 일 없도록 조심하라고 충고합니다.
그는 딸들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려고 가게를 다니면서 그 아이를 집으로 데려와야겠다고 결심을 하고 아이를 데리고 나옵니다. 그는 말합니다. “서로를 돕지 않으면서 살아있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매년, 인생을 통틀어서 무언가에 맞설 용기를 내지 않으면서 스스로를 크리스찬이라고 부르며 거울 속의 자신을 마주하는 것이 가능할까?” 그는 아이를 데리고 나오면서 새로운, 뭐라 말하기 힘든 기쁨을 가슴 속으로 벅차게 느낍니다. 자신을 돌봐준 미세스 윌슨을 생각해봅니다. 15살에 임신한 자신의 어머니가 만약 저런 곳에 갇혀 지냈다면 과연 지금의 나는 있을 수 있었을까. 자신의 엄마와 같은 이름의 새라를 구하면서 어머니를 생각합니다.
그는 앞으로 최악의 상황이 닥쳐올 것이라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그는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이미 자신의 뒤에서 일어났고, 만일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고 지나간다면 앞으로 자신은 그걸 후회하면서 평생 살아가게 될 것이라는 것을 더 잘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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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이 책은 크리스마스라는 시간적 배경으로 종교기관에 의한 비인간적인 현실을 고스란히 폭로하고 있는데요, 이 이야기가 실제 아일랜드에서 오랫동안 자행된 일이고 불과 1996년에야 문을 닫았다는 대목에서 엄청나게 놀랐습니다. 이 책 배경이 1980년대이니, 그때까지도 이런 일이 있었던 거지요. 이 책이 완전 픽션이라고 생각하고 읽다가 저자 후기를 읽고 충격받았습니다.
그러나 작가가 우리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런 현실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때 가슴은 움찔할 지언정, 전혀 말로 행동으로 움직이지 않는, 당하는 자를 외면하는 평범한 소시민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하루에 다 망가질 수있는 세상이야" 라는 두려움으로 고만고만 나와 내 가족만 챙기면서 살아도 살기 힘든 세상이기에 불쌍한 남의 자식은 그저 눈 돌리고 있는 것이 상책이라는 주인공 아내의 말이 어쩌면 저를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의 생각이 아닐까요.
아닐까요이 작가에게 관심이 갑니다. 다른 책도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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